일요일, 12월 22
Shadow

#008 영어단어 외우기 2

그날 빈 단어카드들를 사서 집으로 온 나는 3500개 단어 정복에 돌입했다. 먼저 앞면에 단어를 적고, 뒷면에는 뜻풀이를 1,2,3번째 의미까지 적었다. 연상되는 그림이 있으면 재빨리 그려 넣었다.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단어에는 형광펜으로 표시를 해 두었다. 그렇게 3500개를 모두 만든 뒤, 100장씩 묶어 서른 다섯 묶음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한 묶음씩 들고 차례로 보며 외우기 시작했다. 몹시 무식한 방법처럼 들리겠지만 그날 내가 한 것을 소개해 보겠다.

① 묶음 1의 단어카드를 들고 앞과 뒤를 완전히 외운 뒤 한 장씩 옆에 쌓아둔다. 100장이 쌓이면 반복해서 한번 씩 더 외우고, 다 됐다 싶으면 책상 맨 가장자리로 밀어 놓는다.
② 묶음 2의 100장을 ①과 같은 방법으로 외운 뒤, 묶음 1과 합쳐 200장을 다시 한번 반복해 준 뒤 책상 한쪽으로 밀어 놓는다.
③ 묶음 3의 100장을 ①과 같은 방법으로 외운 뒤, 묶음 1과 2와 3을 합쳐 300장을 다시 한번 외워준 뒤 책상 한쪽으로 밀어 놓은다. 묶음 4와 5도 같은 방법으로 한 다음, 500장을 합쳐 외우는 것이 끝나면 책상 밑으로 그 500장을 내려 놓는다. 여기서 500장 묶음을 단위로 책상 아래로 옮기는 것은, 일단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골칫덩이들을 치워줌으로써 ‘이 만큼은 해치웠다!‘라는 성취감을 주기 위한 것이다. 그 전에 100장씩 책상 한쪽으로 밀어놓는 것도 같은 효과를 위해서다.
④위의 ①에서 ③까지를 일곱 법 거듭하면 카드 서른 다섯 묶음이 모두 책상 밑으로 들어가게 된다.
⑤이것을 다시 모두 책상 위로 올려놓고 한 묶음씩 점검에 들어간다. 단어의 뜻이 생각나면 왼쪽, 잘 모르겠으면 오른쪽에 놓는다. 나의 경우 이때 700여개가 오른쪽에 쌓였다.
⑥ 왼쪽의 카드들은 상자 안에 집어 넣고, 남은 700장을 100장씩 묶어 일곱 묶음으로 나눈다. 그리고 다시 ①에서 ③까지를 700장이 다 쌓일 때까지 반복해 준다. ⑦책상 밑으로 700장이 다 내려가면 다시 올려놓고 한 묶음씩 점검에 들어간다. 단어의 뜻이 생각나면 왼쪽, 아직 모르겠으면 오른쪽으로 놓는다. 나의 경우 이때 120개가 오른쪽에 남았다. 왼쪽의 카드들은 역시 상자에 넣어준다.
⑧남은 단어를 위와 같은 방법으로 외우고 반복한 다음 다시 점검한다. 이때는 카드가 많지 않기 때문에 책상 밑으로 내려놓을 필요가 없다. 왼쪽의 카드는 상자 속에 넣고 오른쪽에 남은 카드를 가지고 다시 위의 과정을 반복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책상위에는 한 장의 카드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시간을 보니 시작한 지 꼬박 28시간이 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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